연애의 모든 것, 4번 | 네이트 판 (2024)

2015.07.13 04:24조회2,9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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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수록 호응이 좋아지니 신기한 일이야.

첫째 글은 분위기가 거의 마녀 화형재판 수준이었는데.

응원하고 격려해 준 몇몇 분들께 고맙다는 말 전하고 싶어.

이 판은 사실 나 자신을 위한 글이야.

사회적 효용성을 중시했다면 여기 올리진 않았겠지.

개인적인 연구일지에 쌓아가기에는 긴장감이 떨어지고

소논문이나 레포트 형식으로 작성하기엔 매우 폭넓은 담론이라

논리적 비약 없이 채워나가려면 적어도 수 백 페이지는 필요할걸.

그래서 가볍게 쓰면서 직관적 아이디어도 정리할 수 있고,

또 재미삼아 반응도 볼 수 있는 장소에 적어 내려가는 것이니

이쯤 해서 소모적인 비난은 최소화되었으면 해.

이번에는 댓글 답변에 집중할거야.

질문이 워낙 쏟아졌고, 답변할 가치가 있는 것들이 포함됐어.

다만 1~3번 글에 비해서 재미도 없고 읽기가 까다로울지도 몰라.

연애가 아니라 ‘인간의 모든 것’이 제목으로는 더 어울릴지도.

이번 판은, 진화학과 관련된 오해를 느슨하게나마 잠재우려는 목적에서 쓰여졌어.

재미난 연애심리에 목마른 분들이 좋아할만한 내용이 다소 적으니

오늘따라 머리가 아픈 분들은 다음번 회를 기약하시길.

# 진화적 본성과 문화적 변수, 그 간극(Gap)에 대하여

사실 1번과 2번 글에서 이미 여러 차례 언급했던 바 있는데

구체적으로 안 다뤄서 그랬는지 많은 분들이 의구심을 품는 문제야.

즉 ‘연애는 개인성향에 따라 저마다 다르게 펼쳐진다’는 주장이나

원시적 본능만으로 현대인의 연애를 설명할 수 없다’는 주장에 대해

나는 저명한 곤충학자이자 사회생물학의 주창자인 에드워드 윌슨을 인용했어.

재차 상기시켜보자.

"유전은 환경과 상호작용하면서 그것을 고정된 평균값으로 유도하는 힘을 갖는다.

이 때문에 우리가 인간의 본성으로 정의하는 작은 통계적 동그라미 안으로

모든 사회인들이 집결되는 것이다."

환경 또는 문화적인 변수가 행동의 동기와 결과를 변형시킨다 해도

이것들은 모두 거대한 욕구적 경향성의 흐름에 영향 받는다는 뜻이야.

그게 바로 진화학적 의미에서의 남성성과 여성성, 두 가지의 물줄기.

여기에 대한 근거는 3번 글에서 제시했어.

즉 자연선택적 진화는 아주 오랜 시간에 걸쳐 일어나기 때문에

최근 문화가 극도로 변화했다 해도 태고적 욕망은

거의 원형에 가깝게 보존되었을 것이라고 보는 게 옳다는 거지.

그렇다면 문화와 환경적 변수를 반드시 모두 고려해야만 할까?

‘완벽하지 않은’ 주장은 가치가 없다는 말은 전혀 터무니없는 주장인데다

먼저 그러한 시도 자체가 거의 불가능하다는 점을 언급해야겠다.

역시 마찬가지로 2번 글에서 첨언했듯,

현대사회는 특히 미디어, 첨단기술, 교육, 정치, 경제, 법치주의 등

무수한 요인들이 본성적 행위의 동기와 결과를 변형시키기 때문이지.

한편, 진화적 본성을 변형시키는 막강한 요인들을 떠올릴 때

나는 개인적으로 가정환경을 맨 앞에 위치시키는 편이야.

좀 딱딱하게 말하자면 아동심리, 범죄심리, 정신분석학을 말하는데

내가 종종 ‘애정결핍’ 운운했던 것도 이런 견해와 무관하지 않아.

하지만 여기까지 보려면 게시판 특성상 수습이 어려우니 생략하도록 하자.

진화학은 그 자체만으로는 사람의 인지를 모조리 나타낼 수 없어.

그러나 진화심리는 다른 학문과 달리 ‘번식’이라는 본질적 관점에서

연애의 포괄적이고 거시적인 경향성을 조명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이론이고,

의식 외피에 싸여있는 인물의 무의식적 저의를 파악하는데도 효과를 발휘해.

물론 애초에 ‘본능에의 매몰’이 목적인 연애에 있어서는

그 통찰력이 더욱 빛을 발한다고 볼 수 있지.

댓글 답변

- 권태기에 대해서 가능하다면 길게. 아주길게 설명해주신다면 땡큐 베리 감사!

죄송한 말씀이지만 이 문제에 대해서는 길게 설명하기가 어렵습니다.

‘권태기’는 애초에 사회규범에 의해 자연선택의 의도가 무력화된 것이기 때문이죠.

즉, 순전히 진화학적 관점에서는 허용되지 않는 현상이라는 뜻입니다.

간단하게 예를 들어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제가 언제 어디서나 가나 초콜릿을 ‘맛있게’ 먹는 것은,

사실은 그게 절대적으로 ‘맛있기’ 때문이 아닙니다.

자연상태에서 단 맛이 나는 음식은 많이 먹어둬야 했습니다.

높은 열량 비축에 도움이 됐고, 그것이 생존에 상당히 이로웠기 때문이죠.

즉 달콤함 자체는, 스스로의 생존 및 번식률을 높이려는 유전자가

개체로 하여금 그것을 ‘맛있다’고 느끼게끔 주입한 쾌감에 불과합니다.

새로운 이성과의 만남에서 느끼는 ‘설렘’도 마찬가지에요.

번식대상을 물색해야 한다는 필요에 의해 심어진 화학반응이죠.

더 흥미로운 다른 남성이나 여성을 발견했을 때나

혹은 만남이 장기간 지속됐을 때 이 ‘설렘의 화학물질’은 효력을 잃습니다.

그래서 연애 초반에는 최고의 파트너였던 그가 점차 지루하게 여겨지고,

사소한 다툼으로도 관계가 틀어지게 됩니다. 이를 쉽게 표현하자면

‘볼일(번식) 다 봤으니 이끌릴 필요가 없다.’ 고 유전자가 판단하는 거죠.

그러나 장기간 만남으로써 서로를 잘 이해하는 파트너를 두는 것은

번식적 관점에서는 시간낭비일지 몰라도, 생존에는 유리할지 모릅니다.

안정적인 정서적 교류가 장기적으로 생존률을 높여주는 까닭에.

오래된 커플들이 ‘정’으로 관계를 잇거나 결혼으로 속박의 계약을 하는 이유,

바로 이 점에 있지 않을까요.

- 진화론관점에서 예쁜얼굴의 기준이 뭐야? 구체적으로

진화학으로는 만족할 만큼 논할 수 없는 주제입니다.

시대가 공유하는 집단적 가치에 따라 미의 기준이 변화하는 경향이 있고

또 개체적 학습에 따라서도 선호하는 형태가 제각각 다르기 때문이죠.

심지어 지역마다, 기후마다 편차가 존재하리라 봅니다.

물론 그 와중에도 분명한 기준은 있습니다.

이를테면 눈이 하나 없거나 코가 하나 없으면 예쁜 얼굴이 아닙니다.

저녁에 먹을 고등어를 고르려는데 눈이나 대가리가 없는 놈이 있다면 섬뜩하겠죠.

선이 뚜렷하고, 색이 뿌옇거나 허여멀겋지 않게 선명한 피부는 좋은 형질입니다.

수박을 고르는 데 있어서도 줄무늬가 선명한 것이 당도가 높다죠.

좌우대칭이 완벽한 얼굴일수록 쉽게 호감을 삽니다.

자연에 있는 모든 생명체를 수직으로 잘라 데칼코마니 해보세요.

정상적인 경우 좌우가 기형적으로 다른 개체가 거의 없음을 알 수 있습니다.

-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에 관한 내용이 담긴 진화심리학책이 있나요?

제 좁은 소견으로는, 적어도 유명세를 떨친 것은 없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다만 동물행동학에서 답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이를테면, 학대가 포유류 동물의 행동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에 관한 연구가

분명 하나쯤은 있으리라고 봅니다.

- 세상에 위대하고 고결한 맹목적인 헌신이 사랑하는 남녀사이에 환상이 아니라 ‘실존’하는 케이스가 많은데 이건 어떻게 생각하나? 희생, 배려의식은?

(우선, ‘실존하는 맹목적 헌신’이 정확히 무슨 의미인지가 불명확합니다)

리처드 도킨스가 그의 가장 유명한 저서를 ‘이기적 유전자’라고 이름 붙인 것은

바로 말씀하신 바와 같은 주장을 파쇄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즉, 진정한 의미에서의 이타주의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한 가지 예를 들어볼까요.

지하철에서 할머니가 짐이 무거워 보여 대신 들어드렸습니다.

우리는 이것을 이타적 정신의 발로라고 쉽게 생각하고 찬양합니다만

대다수 진화학자들은 이기주의의 교묘한 위장으로 결론을 내렸습니다.

곰곰이 생각해봅시다.

우리는 그러한 행위가 사회적 가치로 환산되어서,

내게 보다 고차원적인 반사이익이 돌아오리라고 생각합니다.

즉, 짐을 들어줌으로써 ‘인격적으로 더 훌륭해진 자신’에 기뻐한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언뜻 보면 이타주의로 보이지만 분명 이기주의죠.

극단적인 사례로 이렇게 주장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러면 테레사 수녀의 헌신도 이기적인가?’

자, 이쯤 해서 한 가지 더 짚고 넘어가야 할 사안이 있는데

생존경쟁의 측면에 있어 모든 개체가 싸그리 이기적인 집단보다는,

이타적인 개체(말 그대로 순수한)가 섞여있는 집단이 경쟁에서 승리합니다.

따라서 유전자는 그러한 이타적 인간을 돌연변이로 섞어놨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이기적 유전자’와 ‘확장된 표현형’의 핵심 명제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어떤 관점에서 보더라도

희생과 배려, 헌신은 진화의 산물입니다.

- 생물학적으로 자식을 낳을 수 없어 남녀가 후손을 남기지 못하는 상황에도 불구하고 철저히 둘이서 마음이 변치않고 여생을 함께하는 부부들은 어떻게 설명이 되는가?

우선 이러한 구체적인 상황주장은 반드시 신빙성 있는 사례를 제시해야 돼요.

그래야만 여러 요인들을 추출해서 왜곡 없는 분석이 가능하니까요.

하지만 특별한 변수를 고려하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

그런 부부가 실제로 존재한다고 한 번 가정해 보겠습니다.

한 사람 또는 두 사람 모두가 번식불능이 된 상황에서도

여전히 ‘생존’의 욕구를 충족하는 것은 그들에게 중요합니다.

만약 신념과 정서교감이 높은 수준으로 일치한다면

서로에게 생존에 유리한 파트너가 되겠죠.

또 문화적 압력이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도 농후합니다.

이를테면, 오늘날에도 극도로 보수적인 사회에서는

잦은 재혼이 불명예로 여겨지는 경향이 있죠.

이러한 관습을 깨뜨렸을 때 예상되는 사회적 불이익이 있다면 어떨까.

혹은 경제적인 어려움이 서로를 의지하도록 옭아맬 수도 있을 것입니다.

연애에 관해 이야기하려던 의도에서 벗어나는 결론이긴 하지만

생존의 욕구가 번식의 욕구에 우선한다는 점은 중요합니다.

- 저는 개인적으로 사상이나 의견이 그렇게 한쪽으로 치우치는게 그다지 건강하고 유연한 지식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2번 글에서도 언급한 바 있고 댓글에도 답변한 바 있는 이야기지만

진화학은 단순한 ‘사상’이나 ‘의견’이 아닙니다.

이전에 썼던 것과 같은 사례를 가져와서, 진화이론은지구가 태양을 중심으로

공전하고 있다는 것만큼이나 확실하게 뒷받침되는 ‘사실’입니다.

다윈이 종의기원을 낸 이래 150년 동안, 모든 경험적 증거들은

자연선택적 진화가 진실임을 견고하게 확인 사살해 왔습니다.

그러할진대 만약 질문을 이렇게 비틀어본다면 어떻게 들리겠습니까?

‘저는 지구상의 모든 물체가 위에서 아래로 떨어진다고 생각하는 것은

한 쪽으로 치우친 편견이고, 건강하지도 유연하지도 못한 발상이라고 생각합니다.’

- 삼편잘봤어요! 글쓴이님 궁금한거 있어요 글쓴님이 말했듯 저도 신뢰감있고 사회에서도 리더쉽있고 듬직한 남성이 제 이상형이거든요 그래서 그런분들 보면 호감을 느껴요 그런데 그 반대적인 성향인분들 예를들어 자유로운 느낌의..? 위에 말한 분들보다는 제기준에 아니다 싶은 분들중 제가 분명 머리로는 아니라고 하는데 뭔가 알게모르게 강력하고 묘한 끌림 때문에 아니야 아니야 하다가 결국 만나고 사랑에 빠지는 경우도 있더라고요 나름대로 스스로가 이성적이고 냉정하다고 생각하는편인데 제가 생각하는 조건과 정말 다른느낌인데, 부정하고 싶은 묘하고 섹슈얼한 끌림이 정말 강력한 사람이있다는 말이죠..제 이성이 마비되기도 하는..어떻게 보면 위험해 보이기도 하고 이런건 어떤경우인거죠?ㅜ 정말 궁금해요

님께서 본래 원형으로서 가지고 있던 욕구성향이

가정(부모)이나 사회적 학습을 거치면서억압됐을 가능성이 있어요.

강렬한 욕망은 대부분 강렬한 기억에서 각인되는데

이로 판단할 때 본인만이 아는 어떤 계기가 있었을 것입니다.

..

- 질문 1. 번식을 목적으로 한다면 번식을 할 수 없는 대상과의 연애 혹은 결혼을 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나요? ex. 불임. 동성애자. 2. 우수한 형질 혹은 자손을 잘 양육할 수 있는 대상을 만나려 한다고 하는데 그러면 현재 연인보다 더 좋은 형질을 가지고 더 다정한 사람이 나타났을 경우 갈아타는게 이 글에 따르면 더 적절한 행동이라고 생각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나요? 3. 객관적으로 봤을때 이 글에서 말하는 좋은 형질을 가지지 못한 사람과 만나고 있는 실제 많은 커플들은 어떻게 설명 가능한가요?

1.

불임은 유전적 돌연변이이거나 사고에 의한 것이 대부분이지만,

연애(‘번식욕’에 수렴하는 것이죠)를 향해 달려가는 욕망은

아주 오랜 시간에 걸쳐 축적되는 방식으로 진화한경향성입니다.

즉, 유전자 자체가 널리 공유하는 진화학적 욕구는

불임이라는 변수에 대해 우선한다는 뜻입니다.

동성애자의 출현은 진화 메커니즘 자체가 그렇듯 돌연변이에 의한 것입니다.

만약 그러한 남성의 경우, 여성을 대상으로는 번식하지 않으려고 하겠죠.

한편 일반적으로 동성애자의 개체수가 상대적으로 소수이므로

그가 남성을 대상으로 번식을 시도할 때 허락을 얻기내기가 어렵게 됩니다.

이 경우 번식에 쓸 에너지를 집단의 이익에 소모한다는 점에서

동성애자가 멸절하지 않고 살아남았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2.

일단 우수한 형질이라고 하는 것이 지극히 상대적인 개념입니다.

또 개체가 학습한 능력이 파악 가능한 지점까지만

누군가 우수한 형질을 가졌음을 알아챌 수 있죠.

예를들어

3. 위에서 답변한 것과 중복되는 내용입니다.

- 궁금한게있는데 늑대같이 특수한 동물처럼 한사람만 바라보는 남자를 구별하는 법은 없나요?

새벽까지 글을 썼는데, 빠르게 쓰려고 해도 뒤로 갈수록 의식이 흩어지네요. 졸린 상태로 써서 전반적으로 논리도 완결성도 떨어질 겁니다. (게다가 노잼이네요)

마지막 질문 3개에 대한 답은 추후에 수정해 업로드할게요.

연애의 모든 것, 4번 | 네이트 판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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